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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톺아보기

[서평] 소설 <농담>, 밀란 쿤데라 지음 - (1)

 
'체코의 솔제니친'이라 불리기도 하는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1929.4.1~)'를 알고 있는가? 소설가 은희경은 서슴없이 그를 자신의 '문학적 스승'이라고까지 말한다. 작가에게 '문학적 스승'이란 자신에게 문인으로서의 길을 열어준 은인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제약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기도한데 말이다. 쿤데라 작품의 어떤 면이 은희경을 매료시켰던 것일까?

오늘 포스트는 이 밀란 쿤데라의 첫 소설 '농담(The Joke)'에 대한 서평이자, 비평문입니다. 스무살 때 써놓았던 글을 3번에 걸쳐 발행하려 합니다.
 


  √. 들어가기 -「음악적 감수성」과 「반체제적 반항심」의 충돌

  저자 밀란 쿤데라는 1929년 4월 1일에 체코슬로바키아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소련의 위성국가가 된 도시 중 하나로, 공산주의 국가 중에서는 가장 부유한 축에 속했다. 하지만, 부유하기만 한 모국,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모국이 쿤데라의 비위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특히나 음악가 아버지 아래에서 자라서 감수성이 다른 아이들보다 월등했을 작가는, 감성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체제에 심한 현기증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일치 시켜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암묵적 강요는 밀란 쿤데라에게 ‘사랑마저 버려라’라는 뜻으로 비춰, 체제에 대한 반감마저 키웠다.

  다소 유약한 이미지의 ‘감수성’과 다소 억센 이미지의 ‘반항심’은 이렇게 형성되었다. 아마, 그가 평화롭고 민주적인 국가에서 태어났더라면 ‘밀란 쿤데라’의 이름이 지금처럼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밀란 쿤데라 작품의 특이성은 그의 내면에 동시에 내포되어 있던 ‘감수성’과 ‘반항심’이 충돌하면서 도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감수성’이라는 유약한 소재로 ‘사회 비판’이라고 하는 거칠고 억센 광야를 정복했던 것이다. 이것이 곧 밀란 쿤데라의 힘이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어느 누가 ‘반체제적 소재’로 사용할 생각을 했겠는가.

  방금 언급했듯이, 그가 주로 소설의 주제로 사용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가 사회주의 체제 아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간행된 유일한 ‘애정시집’의 저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쿤데라는 이렇게 지극히 감상적인 애정시집에서 시작해, 철저한 사회비판을 섞어 놓은 《농담》(1967)을 내놓기에 이른다. 《농담》 이후 수없이 발표된 밀란 쿤데라의 작품의 핵심을 들여다보면, 하나 같이 ‘사랑’이라는 구심체를 갖는 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쿤데라는 이 구심체에서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 무엇을 쓰던, 이 구심체를 붙들고 쓴다. 따라서, 이 구심체만 해부해 보더라도, 밀란 쿤데라 작품을 거지반 이해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아버지 : 루드빅 쿤데라(1891~1971). 작곡가 레오슈 야나체크(1854~1928, Leos Janacek)의 문하생이었고, 체코의 주요한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러한 아버지에게서 많은 음악적 영감을 얻었으며, 이 과정에서 감수성이 싹텄다. 쿤데라의 작품(특히, 농담)을 이해하는데 있어, 이 아버지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감수성은 핵심 키워드가 된다. 생각해 보라! 농담 속 핵심 인물 중 하나가 루드빅이 아니던가 말이다!

√. 《농담》과 그의 초기작들 - 《농담》을 이해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이해

  체코슬로바키아의 인간관과 밀란 쿤데라의 문학적 성향을 잘 드러낸 “농담”은 저자의 첫 소설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그의 첫 작품이라는 말은 아니다. 1965년 5월 12일에 “농담”의 집필을 완료하기 이전에도, 쿤데라는 수많은 시와 에세이 그리고 희곡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기 작품들의 ‘핵심’을 집대성 혹은 소설화 해 놓은 것이 《농담》 이후의 작품들이다. 초기 작품의 중앙을 관통하는 ‘핵심’이란, 아마도 ‘웃음’과 ‘사랑’이 될 것이다. 특히, 그의 시집 《모놀로그》(1957)의 경우, 스탈린 체제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간된 유일한 ‘애정시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사실은 그가 얼마나 ‘사랑’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농담》 발간 직후(1968) 발표된 소설집 《우스꽝스러운 사랑들(Ridiculous Loves)》은 작자 스스로, 자신이 견지하고 있던 ‘작품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 우리는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이 ‘웃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자칫 모순되어 보이는 ‘웃음’과 ‘사랑’을 접목시킴으로써 ‘사회비판’이라고 하는 거대한 주제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농담≫을 해부해 보도록 하겠다.

 소설 『농담』은 1960년에 쓰이기 시작하여, 1965년 5월 12일에 완성되었다. 그리고 프라하의 봄이 한창이던 1967년, 출판되었다. 출판 직후(1978) 체코슬로바키아 작가 연맹상을 수상했다. 1989년 11월의 체코 민주화 혁명 이후 쿤데라는 고향으로 귀국했으며, 1991년에 그의 고향인 브르노의 한 출판사가 『농담』을 재출판하였다. 한국에서는 1988년 처음으로 번역본이 나왔으며, 이 글에서 쓰인 번역본은 ‘민음사’판 번역본(2002)이다.


계속 이어집니다.

  밀란 쿤데라의 저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