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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에서 유일한 말하기 영문법

 한국에서 유일한 말하기 영문법, 한일 지음

영어는 아직 정복되지 않은 도성이다. 명색이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를 배웠음에도 이 모양이다. 문제점은 바로 '말하기'에 있다. 말하기와 문법은 다름이 아니라 하나일진데,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여 가르치니 영어가 될리 만무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중등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많은 책들이 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에서 유일한 말하기 영문법>이다.


사실 이 책을 펴기에 앞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뭐, 다를 게 있겠어?"라는. 영어에 대한 책도 많고, '나 잘났소.'하고 무조건적으로 기존 문법 중심의 영어 교육을 힐난하던 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내용은 거기서 거기. 초급 수준에 머무는 것이 그만이고, "단어는 많이 알지만, 그러나 말은 하지 못하는" 그 역설 사이에 어준간하게 갇혀 있던 책들은 차고 넘쳤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표지의 1/4을 과감하게 자신의 얼굴로 장식한 저자! 그토록 당당하단 말인가? 나는 그 당당함의 이유가 궁금해졌다.

결론적으로, 나는 놀랐다. 이 책은 기존의 영어회화책들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크게 벗어났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이 책은 '실용회화'의 기술을 알려주고 있었다. '닥치는대로 무조건 영어를 외워라!'하는 어떤 중국인 영어선생의 가르침도 아닌, 그와 비슷하게 '크레파스 용법' 어쩌구했던 '특허 받은 영문법'의 이 모 선생님의 주장도 아닌, '한일' 선생만의 '실용영어'.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이 맘에 들었던 까닭은, '뉘앙스'를 집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고답적인 문법 중심의 영어교육을 받은 탓에 '할 수 있다'하면 기계적으로 'can, could, be able to'하는 식의 대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 우리에게 저 세 가지 말은 단지 우리말로 '할 수 있다'라는 의미일 뿐이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바보인가? 같은 뜻의 낱말을 세 가지씩이나 사용하게? 우리말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속담이 있다. 뉘앙스의 차이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can, could, be able to가 '할 수 있다'라는 뜻이라는 사실은 타당하지만, 한일 선생에 따르면 이 세 가지 말은 분명히 '다른' 말이다. 뉘앙스가 말이다.

<한국에서 유일한 말하기 영문법>은 이 '뉘앙스'에 집중한다. 사실 '어감'만큼 일상대화에서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한일 선생의 말마따나 'can'은 용서 받을 수 있어도, 'be able to'는 지키지 않으면 소송 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로 '뉘앙스'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차라리 자신의 영어 실력을 '중급 이상'으로 자신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어차피 영어는 '규칙 언어'이기에 '주어+동사'라고 하는 기본 틀만 알아두면 승부는 '어휘'에서 판가름 난다. '어휘'는 초급과 중급을 구획 짓는 바로미터다. 그러나, 이왕 영어공부를 시작한 이상 '중급'에 머물러야 하는가? 나라면 당연히 '상급'을 노린다. 나는 이 '상급'으로 가는 여정은 '뉘앙스'에 대한 이해가 판가름 한다고 생각한다. 이 쉬워보이는 '기초 수준의 책'은 사실 영어를 보다 '고급스럽게' 사용하기 위한 길라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