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개별적으로 표기해놓았습니다.*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기 때문에
부득이 "Jazzpark 공식홈페이지(www.jazzpark.co.kr)" 등에서 이미지를 빌려왔음을 알려드립니다.
재즈파크 100회 공연 포스터
(from Jazzpark Official Homepage)
재즈파크 100회 공연 라인업
(from Jazzpark Official Homepage)
우리나라는 아직 재즈의 불모집니다. 재즈가 미 8군(록의 대부 '신중현', '페티킴', '인순이' 등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1세대들이 대부분 이곳에서 시작했죠.)위문공연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지 언 반 세기가 지났지만, 아직 "재즈가 대중화되었다"라고 말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물론 재즈는 미국에서 시작되었고, 흑인 특히 크레올(creole)이라는 낯선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 음악이기에 대중화되지 못 했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음악팬들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음악은 느끼고 즐기는 것이니 강압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데 보아하니 재즈의 비대중성의 문제는 음악 자체에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접근성'의 문제로 보이더군요. 재즈를 접할 기회가 적다보니, 어렵게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소수의 음악팬들만이 즐기게 되고, 소수만 즐기다 보니 다시 다수의 대중이 외면하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한창 대중화되고 있는 골프를 예를 들어보죠. 사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골프'가 '귀족 스포츠'로 알려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유럽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즐길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는 스포츠이죠.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는 접근성의 문제입니다. 또 하나의 예, 아버지 세대에는 '배드민턴'이 대단한 귀족 스포츠였다고 해요. 동네에서 잘 산다는 애들만이 등 뒤에 '배드민턴'라켓 가방을 메고 다닐 수 있었다고 하죠. 부의 상징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문방구만 가도 라켓과 셔틀콕을 쉽게 구할 수 있고, 동네 꼬마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지 않나요? 역시 접근성의 문제지요. 물론 거지반 모든 스포츠가 상류층에 의해 수입되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화되는 것이죠.
이것을 통해 재즈 역시 시간이 지나면 대중화되지 않을까, 누구나 쉽게 향유하고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해봅니다. 락의 경우를 보면 고무적이죠. 락 음악 역시 한국전쟁 이후 미군부대의 주둔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는데요(신중현과 같은 1세대의 탄생), 현재는 국내에만 수 개의 락페스티발이 매년 열리고 있고,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재즈 역시 락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랍니다. 재즈 정신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재즈1세대 '김준' 선생 고희 헌정 공연(90회)
이 현장에 저도 있었죠. 뭐, 감동이야 무슨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from Jazzpark Official Homepage)
이런 의미에서 '재즈파크'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단돈 1,000원(1人 기준)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재즈 아티스트를 만나고, 그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죠. 저는 스무살 적에 처음 공연 소식을 듣고 찾아갔었는데, 그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세상에, 이런 소리가 다 있냐!"
속으로 그 말을 수십 번 되뇌었던 기억이 납니다. 재즈파크와 저와의 인연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죠. 그 공연이 벌써 100회를 맞았습니다. (현재 재즈파크 MC이자, 재즈파크 빅밴드의 피아니스트 '지나' 씨의 말에 의하면) 햇수로 8년, 5만 여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고 하네요. 8년인데, 5만 명이라... 절대적으론 적은 수는 아니지만 얼핏 '그것밖에 안 돼?'하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재즈파크는 대체로 '왔던 사람'이 '또 오기 때문'에 사실상 5만 명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요. 물이 반쯤 담겨 있는 유리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반밖에!"라고 한 반면 어떤 사람은 "반이나!"했다고 하던가요.(웃음) 저는 5만이란 숫자를 "5만이나!"이라고 생각하렵니다.
이번 100회 공연은 그 상징성이 상징성인만큼 장장 3일(7월 21~23일)에 걸쳐 진행됐어요. 그 중 이틀의 공연을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 저는 22일과 23일 공연을 선택했습니다. 3일 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욕심이죠. 그리고 90회 공연에서 1세대들의 열정을 한 번 느꼈으니, 다른 분들께 양보하기로 했던 겁니다.
22일 공연 - 재즈파크 빅밴드, 전제덕, 남예지
우리나라 최고의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
아,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게 있어요. 바로 '빅 밴드'라는 용어인데요. '빅 밴드'는 15인 내외의 연주자가 모인, 일종의 '재즈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모가 규모이니만큼, '즉흥연주'보다는 '바레이션(변주)' 위주의 연주를 합니다.
재즈 보컬계의 샛별 '남예지'
아이고,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니 주인공을 소개 안 했군요. 사실 남예지 씨와 전제덕 씨는 게스트인데 정작 주인공을 소개 안 했네요. 주인공은 위에서 말씀 드렸다시피 '재즈파크 빅밴드'입니다. '재즈파크'라는 공연장 이름이 붙은 걸 보면 느낌이 오시죠? 네, 그렇습니다. 이 재즈파크를 계기로 뜻을 함께하는 재즈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든 재즈 밴드입니다. 색소포니스트 '이인관' 씨를 중심으로, 피아니스트 '지나' 씨 등 16명의 실력파 뮤지션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해요. 팜플렛을 보니 "2009년에는 전국문예회관협회 우수공연으로 선정되어 가수 유열과 함께 전국문예회관 투어 공연"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즉흥연주는 조금 약했지만, 출중한 실력을 갖춘 뮤지션들의 음악과 나름의 퍼포먼스는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23일 공연 - Soloist Project Group
최고였습니다. 드럼의 박철우 씨를 필두로, 베이스의 서영도, 피아노의 민경인, 기타의 최우준, 트럼펫의 이주한, 마지막으로 재즈파크 빅밴드의 리더이기도 한 색소포니스트 이인관 씨까지.
드러머 박철우 씨는 쉬크한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이었는데요. 드럼 스틱을 등뒤로 돌리기도 하고, 스틱 끝에 혼을 담은 듯 연주하는 그의 현란함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드럼 연주자인만큼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앙코르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는데요, 땀을 비오듯 흘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는 '서영도' 씨였습니다. 베이스 연주자여서 그런지 목소리도 낮고 굵었는데요.(웃음) 보컬도 일품이었습니다. 제 앞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은 '멋있다'를 연발하시더라고요.
MC 지나 씨가 '테리우스'라고 소개한 피아니스트 '민경인' 씨. 제가 키보드에 관심이 있어서 더 유심히 봤는데요. 와, 손놀림(?)이 가히 환상적이더군요. 건반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 도중에 신디의 '컨트롤박스'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조작하는 모습을 보며, '경지구나!' 했습니다. 놀랍더군요. 그런데 아쉬운 점은 단 하나. '목소리'였습니다.(웃음) 한참 연주에만 집중하다 처음 그의 멘트가 터졌을 때, 관객석에서 일제히 '와-'하고 웃음이 터졌더랬죠. 그러나 멋졌습니다.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무대에 오른 기타의 최우준 씨, 트럼펫의 이주한 씨, 색소폰의 이인관 씨 역시 모두 최고였습니다.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더군요.
함께 공연하는 민경인과 전제덕
(From 문화네트워크애플's 카페)
오늘 리뷰가 좀 길었습니다. 재즈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재즈파크 관계자 여러분께, 재즈 팬으로서 감사를 드리며 기나긴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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