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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죽어야 사는 나라 조선과 일본, 이광훈



올해는 병술국치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병합의 불법성을 떠나 일본이 한국을 점령하여 실질적으로 통치한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고, 변하지 않는다. 역사에 후회란 없는 것이다. 역사는 역설적으로 미래만이 가능한 구조다. 과거의 역사를 거울로 삼고, 미래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혁신시켜 나아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세기의 조선은 바로 이점에서 일본에게 패했다. 19세기 초만 해도 조선은 선진문물을 일본에 전해주던 나라였다. 그러나 불과 수십년만에 이는 역전되어 '강제병합'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대체 무엇 때문인가.

<죽어야 사는 나라 조선과 일본>(이광훈, 따뜻한손)은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설명하고, 나아가 일본의 근대화가 어떻게 성공을 거두게 되었는지 서술한다. 1853년 6월 3일, 당시 일본의 서울이었던 에도 앞바다가 거대한 양이선 4척이 나타났다. 미국의 군함이었다. 일본인들은 이 배의 외부가 온통 검다하여 '구로후네(黑船·흑선)'라고 불렀다고 한다. 당시 일본 전함에 비해 무려 20배 이상이나 큰 미 군함을 본 일본인들은 본능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당시 집권 막부였던 도쿠가와 막부는 바로 이듬해에 미국과 수교를 트게 된다. 일본은 연이어 영국, 러시아 등과도 수교를 맺는다.

그러나 조선은 반대였다. 끝까지 수교를 반대했다. 그러나 1876년 무력을 앞세운 일본에 의해 '강화도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렇게 첫단추부터 잘못 꿴 일본은 1882년 미국, 1883년 영국 등과 조약을 체결했다. 말이 '조약'이지 강제된 '늑약'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개항 이후에도 여러 이유 때문에 근대화가 지지부진했다. 근대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당시의 정치 풍토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 그에 반해 일본은 적극적인 근대화를 위한 개혁을 추진했다. 일본의 근대화는 사실 겉만 화려한 공수레였고, '팽창주의적' 서구 근대화의 답습이었기에 일본은 배운대로 상대적 약자였던 조선을 강탈한다.

1867년 일본은 260여 년을 이어오던 도쿠가와 막부가 막을 내리고 왕정복고를 이루었다. 사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일본에서 '일왕(천황)'의 존재는 극히 일부나 알고 있던, '허울 뿐인' 존재였다. 실제로, 당시 일본인들은 일왕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하니 그 존재감의 정도를 가늠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개항 이후에는 산발적 막부보다 국력의 통일을 위한 전제적 군주가 필요하였고, 막부는 이 일왕을 내세웠다. 이렇게 세워진 '메이지 정부'는 근대적 통일국가를 이루게 된다. 1867년 일본은 260여년을 이어오던 도쿠가와 막부가 막을 내리고 왕정복고(大政奉還)가 이루어졌다. 새롭게 정권을 잡은 메이지 정부는 부국강병의 기치 하에 근대적 통일국가를 이루게 된다. <죽어야 사는 나라 조선과 일본>는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 위국헌신 했더 일본인들을 중심(특히, 요시다 쇼인)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속이 쓰린 지점이 상당히 많다. 아마도 '일제강점기'의 아픈 기억이 자꾸만 곱씹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플수록 직시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것을 거울 삼아 미래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볼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