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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어느 토요일의 우연
코스모스 숲으로 가는 길


날이 맑았던 지난 토요일.
세 명의 아이가 아슬아슬 곡예하듯 자전거를 몬다.
이 도로의 끝엔 거대한 코스모스 숲이 있다.


아이들은 자전거가 아니라 동심을 굴리고 있다.
대체 이 꼬마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망토 삼아 어깨에 걸었던 하늘.
나는 애써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고 셔터를 눌렀다.
어찌 보면 저 가스 보일러의 연통들은,
하늘로 가는 징검다리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도로의 끝에서 마주했을 코스모스 숲.
아이들의 길을 따라 이끌리듯 밖으로 나왔던 나는,
그 날에야 내가 사는 '아파트 숲'에 이런 '코스모스 숲'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챙긴 유일한 소지품은,
이 책과 똑딱이 뿐이었다.
표지의 펭귄 '세 마리'
나는 나즈막하게 웃었다.
자전거를 타던 '세 명'의 아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 홀로 서 있는 '펭귄'은,
'나'였을까?

아이들은 분명히 행복했을 것이다.


집으로 다시 들어가기가 아쉬웠다.
아쉬운대로 버스에 올랐고,
발이 가는대로 내린 곳에서 성모상을 만났다.
근 6개월만에 다시 찾은 성당이었다.
특전미사가 2시간 이상 남았지만,
나는 기다렸다.
고백성사를 하고,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 하는 그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혼자서, 불현듯, 그렇게 나선 소소한 여정이었지만,
가슴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행복은 이렇게, 혼자 오지 않는다.
행복은 연쇄적이고, 행복은 소소하다. 일상이다.